영화를 고를 때 관람등급을 먼저 보는 사람은 드물다. 그런데 2015년 이후 극장 개봉한 한국 영화 710편을 등급으로 갈라 보면 뚜렷한 차이가 나온다. 가장 많은 관객이 든 등급은 12세이상관람가이고, 가장 적게 든 등급은 의외로 전체관람가다.
등급 자체의 분포는 앞선 전수 분석에서 다뤘다. 이번에는 등급과 관객수를 교차해 본다.
등급별 성적표
| 등급 | 편수 | 중앙값 | 평균 | 합계 |
|---|---|---|---|---|
| 12세이상관람가 | 205편 | 483,231 | 1,442,317 | 295,675,012 |
| 청소년관람불가 | 60편 | 447,839 | 990,487 | 59,429,261 |
| 15세이상관람가 | 319편 | 445,609 | 1,545,073 | 492,878,306 |
| 전체관람가 | 126편 | 83,431 | 229,331 | 28,895,742 |
중앙값으로 보면 12세가 48만 명으로 가장 높고, 전체관람가는 8만 명으로 나머지의 5분의 1도 안 된다. 상위 세 등급끼리는 44만~48만 명 사이에 몰려 있어 사실상 차이가 없다. 벌어지는 건 전체관람가 하나다.
전체관람가가 낮은 이유
전체관람가 126편이 어떤 영화들인지 보면 답이 나온다.
| 장르 | 편수 |
|---|---|
| 애니메이션 | 69편 |
| 공연 | 23편 |
| 다큐멘터리 | 20편 |
| 드라마 | 14편 |
장르는 중복 부여되므로 위 편수를 더하면 126편을 넘는다. 실제로 세 장르 중 하나라도 달고 있는 작품은 102편, 전체관람가의 81%다. 전체관람가는 사실상 키즈 애니메이션과 공연 실황, 다큐멘터리의 등급이다. 성인 관객을 노린 상업 영화가 전체관람가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.
애니메이션 분석과 공연 실황 영화에서 봤듯 두 장르 모두 극장 관객 규모 자체가 작다. 등급이 흥행을 깎은 게 아니라, 원래 관객이 적은 장르가 그 등급에 몰려 있는 것이다.
실제로 공연과 다큐멘터리를 빼고 서사 영화 647편만 다시 세면 그림이 달라진다.
| 등급 | 편수 | 중앙값 |
|---|---|---|
| 12세이상관람가 | 185편 | 601,644 |
| 15세이상관람가 | 311편 | 452,312 |
| 청소년관람불가 | 60편 | 447,839 |
| 전체관람가 | 91편 | 155,765 |
전체관람가 중앙값이 8만에서 15만 명으로 올라간다. 그래도 여전히 꼴찌지만, 격차는 절반으로 줄었다. 공연과 다큐멘터리가 수치를 끌어내리고 있었다는 뜻이다.
흥행작은 12세와 15세에서만 나온다
710편을 관객수로 줄 세웠을 때 상위 20편의 등급은 이렇다.
- 15세이상관람가 13편
- 12세이상관람가 7편
- 청소년관람불가 0편
- 전체관람가 0편
큰 흥행은 12세와 15세에서만 나왔다. 이유는 단순하다. 12세와 15세는 가족 단위 관람과 청소년 관객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반면, 청소년관람불가는 관객 풀이 구조적으로 잘리고 전체관람가는 성인 단독 관객을 불러오기 어렵다.
다만 청소년관람불가의 중앙값이 44만 명으로 15세와 거의 같다는 점은 짚어둘 만하다. 청불이라고 해서 평균적으로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. 천장이 낮을 뿐 바닥은 15세와 다르지 않다. 60편의 평균이 99만 명인 것도 특정 작품이 크게 끌어올린 결과가 아니라 고르게 분포한 결과다.
이 숫자를 어떻게 읽을까
등급이 흥행을 결정한다고 읽으면 틀린다. 순서는 반대다. 어떤 영화를 만들지 정하면 장르와 소재가 정해지고, 거기서 등급이 따라 나온다. 12세 영화가 잘되는 게 아니라, 넓은 관객을 노린 기획이 12세로 수렴하는 것에 가깝다.
그래서 이 표는 제작 쪽에서는 "12세를 받아라"가 아니라 "넓게 가려면 소재 단계에서 결정된다"로 읽어야 하고, 관객 쪽에서는 "전체관람가는 대체로 아이와 함께 보는 영화이거나 공연·다큐"라는 실용적인 정보로 읽는 게 맞다.
집계 방법
2015년 1월 이후 개봉해 KOBIS에 누적 관객수가 집계된 한국 영화 710편 가운데 관람등급 정보가 있는 작품을 등급별로 묶었다. 중앙값은 각 등급 안에서 관객수를 줄 세웠을 때 가운데 값이다.
평균 대신 중앙값을 함께 본 이유는 흥행 롱테일에서 확인한 대로 소수의 대흥행작이 평균을 크게 왜곡하기 때문이다. 15세의 평균이 155만 명인데 중앙값은 45만 명인 것이 그 예다.
등급은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 결과이며 재심의나 재개봉 시 등급이 바뀐 경우는 반영되지 않았다. 또 같은 작품의 확장판·재편집판이 별도 등급으로 집계된 사례가 일부 있다.
요약하면, 710편 기준 중앙 관객수는 12세 48만, 청불 45만, 15세 45만, 전체관람가 8만 명이다. 전체관람가가 낮은 건 등급 탓이 아니라 126편 중 102편이 애니메이션·공연·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고, 이들을 빼면 15만 명으로 올라간다. 상위 20편은 전부 12세 아니면 15세였다.
출처
-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(KOBIS) 오픈API — 영화 제목·개봉일·관람등급·장르·누적 관객수 (공공누리 제1유형: 출처표시)